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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
2025-04-30
문화
북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우리 모두의 이야기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
'부모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부모와의 마지막을 잘 보내는 법
2025년,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부모뿐만 아니라 나도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이 시대에서 돌봄과 간병, 상실과 이별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모님은 갈수록 노쇠해지고 우리는 보호자로서 오랫동안 그 곁을 지켜야 한다. 이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후회 없는 이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미움받을 용기』로 한국 사회에 아들러 열풍을 일으킨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20대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간병했고, 50대부터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오랜 시간 돌봐야 했다. 부모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로서, 저자는 이 책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에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를 돌보며 마주한 감정과 일상의 문제,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냉철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냈다.
특히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자로서 겪은 시행착오들을 가감 없이 전해, 실제 일상에서 나이 든 부모와 어떻게 좋은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이별의 기록이 아니다. 부모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슬픔을 정직하게 마주하며, 우리가 반드시 직면해야 할 이별을 더 의미 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모를 돌보는 사람들, 나아가 가까운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법을 일깨워준다.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용기
이 책에서 저자는 부모를 돌보는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자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다양한 감정들을 담담하면서도 의연하게 풀어내며, 무력감이나 죄책감 대신 따듯한 애정과 사랑으로 이 시간을 받아들이는 법을 안내한다. 일례로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겪은 감정적인 갈등을 서술하며 저자는 한때 ‘왜 저렇게 마음대로 하시려는 걸까?’라고 분노했던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함께 그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특히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10년 만에 꿈속에서 아버지에게 고백하는 대목은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용기”를 통해 상실의 아픔을 직면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마당에 핀 히비스커스 꽃을 돌보며 아버지를 간병하는 마음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꽃이 피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물을 주며 돌보는 것처럼, 치매를 고칠 수 없는 현실에서 아버지를 돌보는 일은 ‘왜’가 아닌 ‘어떻게’가 중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의 어려움 속에서도, 저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멈추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돌보는 의연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또 주목할 부분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결혼을 서두를 정도로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저자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오랫동안 돌보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진심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진심과 사랑이 오가는 관계 회복의 여정을 보여준다.
‘존재’와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심리학적 고찰
저자가 들려주는 여러 일화를 따라가다 보면, 부모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과 돌봄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특히 저자는 평생 연구해온 아들러 심리학을 자신의 삶에 적용한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에 그 핵심 메시지는 보다 생생하고 실천적이다. 저자는 부모와의 소모적인 힘겨루기를 내려놓고, 부모님께 받은 모든 것을 되돌려줄 수 없음을 인정하며, 부모와 자식이라는 역할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 등을 강조한다. 또한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존경이란 아들러 심리학에 의하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저자는 이상적인 부모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부모의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표현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모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하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인간으로서 부모님의 가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요.”(본문 중에서)
이러한 현실적인 조언을 넘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반드시 기쁨이 있으며,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소중한 삶의 일부임을 일깨운다. 부모님을 더 잘 간병하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부모님 곁에 있는 것, 그 자체로 의미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완벽한 돌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함께하는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일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부모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한층 더 인생의 깊은 의미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